민동인이 만든
포스터을 보시기에 알맞은 곳입니다.
양면인쇄

기간: 2021.8.–현재.
참여: 김국한, 민동인
그래픽 디자이너 김국한과 민동인은 매달 서로의 클라이언트가 되어 서로에게 이미지를 의뢰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제작된 이미지 두 점은 종이에 한 면씩 인쇄되어 일명 ‘양면인쇄’(Double-sided Printing)로 정기 간행됩니다 … 다른 면

관측작문

수신 | 동인 씨 안녕하세요. 김국한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평행우주’에 큰 관심이 있는데요. 그중에서도 무수한 시간과 공간, 차원을 레이어로 시각화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망상을 하곤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우주’라는 대주제 하에, 제가 요청드리는 과업지시는 다음과 같습니다. 제약 안에서 이미지를 디자인해 주세요. 단, 대지에 ‘평행우주’를 나타내는 무언가가 있어야 합니다. 여기에서 ‘평행우주’는 사진이든, 어떤 언어로 쓰인 글이든, 아이디어든 다 좋습니다. ‘레이어로 표현된 평행우주’로 납득될 수만 있다면요.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송신 | 국한 씨 안녕하세요. 민동인입니다. ‘평행우주’요. 사전을 뒤적이니 ‘우주가 순간마다 무한히 분화한다는 다세계 해석적 가설’이라고 합니다. 예컨대 누군가 빵을 먹으면, 빵을 먹지 않은 세계도 생기는 식이네요. 저는 저명한 이중 슬릿 실험의 틀을 빌려, 매 순간 두 낱자 중 무엇을 고를지에 따라 달라지는, 열아홉 자짜리 단문을 적고자 했습니다. 곧, 문장은 ‘우주는 자본주의가 어떻고 사회주의가 어떻고’가 되기도, ‘우리들 내린 화성과 해성의 우아한 북한산 해운’이 되기도 했습니다. 따져보니, 총 이십육만이천백사십사 개의 문장이 만들어지더군요. 물론 그중에는 ‘우리가 내 구유 식성 미행동 전적 내선한 사내임’ 따위의 어처구니 없는 문장도 보입니다만, (수없는 선택으로 빚어진) 우리 세계도 썩 ‘말이 되지’ 않듯, 이 친구 또한 그런 구석이 있습니다. 아무쪼록, 국한 씨에게 흡족한 결과물이기 바라봅니다.
내 사랑은 재단된 것이 아니야

수신 | 동인 씨 안녕하세요. 김국한입니다. “잘 지내고 있나요? 저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이번 주제인 ‘사랑’에 맞추어 요청할 과업은 ‘러브 레터’ 디자인입니다. 우선 결과물이 유용하기 바랐고, 주제도 주제이니만큼 엽서 양식을 따랐습니다. 종종 이런 과업을 주문할 듯해요. 여담이지만, 저는 일 년째 연애를 못하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마음을 전할 예쁜 엽서를 찾지 못해서일까요? 이제 제약을 말씀드릴게요. 297×210밀리미터 안에서 엽서의 크기는 148×105밀리미터입니다. 색상은 검정을 쓰지 않으면서, 분홍 계열이 주가 되면 좋겠어요. 무엇보다 결과물에는 글이 일절 없어야 하고, 잘라 쓰기 편하도록 재단선을 넣어 주세요.

송신 | 국한 씨 안녕하세요. 민동인입니다. ‘러브 레터’가 필요하시군요. 규격도 정하셨고, 사용 색상과 재단선 요구까지. 꼼꼼합니다. 눈에 띄어 아시겠지만, 재단선이 좀 많아요. 뭐, 정확히 말하자면 재단선뿐이죠. 덕분에 모든 선분에 칼을 들이밀면 자그마치 이백오십육 장의 엽서가 만들어집니다. 한 명에게 추파를 이백오십육 번 던지거나, 이백오십육 명에게 한 장씩 드미는 술책도 가능해지죠(한편, 바탕색은 ‘스팸’ 가공육의 분홍입니다). 무릇 한 임만 바라야 사랑이라면, 재단선을 원고지 칸처럼 사용해도 괜찮겠네요. 곁들일 대사요? 썩 낭만에 취한 표정으로 ‘내 사랑은 재단된 것이 아니야’ 어떨지요. 과연 유용한지는 해보고 알려주세요.
컬러스 컬러스

수신 | 동인 씨 안녕하세요. 김국한입니다. 하늘 씨와 개발한 ‘Colors’는 kimgukhan.kr에 실린 작업의 빈출 색상을 추출한 뒤, 그중 하나를 무작위로 표시하는 웹 페이지입니다. 지금까지 모인 색상 값은 서른여덟 가지이고, 포트폴리오가 더해질 때마다 ‘Colors’도 갱신을 거듭합니다. 그런 기특한 ‘Colors’를 도표화하려던 참이어서 과업 삼아 동인 씨에게 맡기려고 합니다. 제가 작업으로써 선택한 색상들로 선택적인 편집을 수행하시는 것이니 이번 주제인 ‘선택’과 호응한다고 이해해요. 깔끔하게 부탁드리고, 재차 최신화되는 실정을 유념한 디자인이기 바랍니다.

송신 | 국한 씨 안녕하세요. 민동인입니다. ‘효과적인 갱신’을 지면 매체에서 구동하기는 어렵다고 보고, Google Sheet를 적극 활용했습니다: bit.ly/color-s-colors. 원한다면 임베딩을 통해 웹사이트의 일부로 편입할 수 있어요. 요구된 이미지에서는 이제까지 모인 서른여덟 가지 색상을 갈무리했고, 그 모습은 흡사 ‘어도비 포토샵 CC 2020의 그레이디언트 세트’(김국한, 2020)를 닮아 ‘팬톤 유행 색 예보, 2005~2010’(슬기와 민, 2011)까지 떠올리게 합니다.

(Image not for ready)
음반 재킷 이백구십 점이 포개진 모양

수신 | 이번 주제는 ‘번역’이어서 예전부터 구상하던 작업을 양보할까 합니다. 바로 ‘음악 소개글을 이미지로 번역하는’ 일입니다. Apple Music 스태프가 뮤지션이나 음반에 관해 기술한 아티클 몇 개를 추려 동인 씨에게 드립니다. 마음 가는 글을 고르시고, 그 글을 지시문 삼아 음반 재킷을 만들어 주세요. 대개의 규격인 정방형으로 부탁합니다.
– 음악은 물론 패션까지 장악한 J-Pop의 독보적 아이콘 ○○○의 2012년 데뷔 앨범. 인형처럼 앙증맞고 사랑스러운 외모와 톡톡 튀는 노래로 시선을 강탈하며 여중여고생들의 대통령으로 단숨에 등극한다. 일본은 물론 미국, 유럽 차트에도 센세이션을 일으킨 ‘○○○’ ‘○○○’ 등이 수록돼 있다.
– 보편적인 말들로 써 내려간, 평범하고도 특별한 젊은 날의 초상. 데뷔 EP “○○○”로 인디계 블루칩으로 급부상한 ○○○의 정규 2집. ○○○에서 ○○○로 메인 보컬이 교체된 이후 발표한 첫 앨범으로, ○○○이 전곡의 작사, 작곡을 맡았다. 전작과 비견해 한층 짙어진 모던록의 색채, 특유의 세심하고 솔직 담백한 화법, 아마추어적 감성의 영리한 활용이 돋보이는 인디록 걸작이다.
– 깊고 고요한 목소리로 내면을 뒤흔드는 새드코어의 아이콘 ○○○가 정규 6집으로 돌아왔다. “○○○” 이후 2년 만에 선보이는 이 앨범엔 ○○○, ○○○ 등 톱스타들과 작업한 ○○○가 공동 프로듀서로 이름을 올렸다. 극적 긴장감과 묵직한 서정성이 두텁게 깔린 장대한 사운드 스케이프, 특유의 로파이 아날로그 감성이 돋보이는 곡들을 통해 함부로 흉내 낼 수 없는 자신만의 독창성을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 걸그룹의 신기원. 세계를 놀라게 한 전대미문 댄스 메탈 아이돌.
– 전 세계가 사랑하는 러블리 디바 ○○○가 한층 성숙해진 모습으로 대중 앞에 다시 섰습니다. 이번 5집은 전 남자친구의 죽음, 파혼 등 갖가지 굴곡을 겪으며 얻은 깨달음을 노래로 승화시킨 작품입니다. ‘○○○ 사건’ 이후 팬들에게 위로를 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또다시 아픔을 겪어야만 했던 그녀는 더욱 단단해진 모습으로 상처를 딛고 자신을 돌보며, 앞으로 나아가겠다는 치유와 긍정의 메시지를 포근하게 빛나는 팝 사운드에 담았습니다.

송신 | 보내주신 글에서 주요어를 두세 개씩 각출하니 열네 개가 모였습니다: ‘독보적’ ‘인형처럼’ ‘톡톡 튀는’ ‘젊은 날의’ ‘세심하고’ ‘아마추어적’ ‘뒤흔드는’ ‘특유의’ ‘자신만의’ ‘세계를’ ‘전대미문’ ‘성숙해진’ ‘남자친구의’ ‘깨달음’. 이 낱말들이 가사로 쓰이는 음원 이백구십 편을 모으고, 그들의 음반 재킷을 가지런히 쌓아 요구된 한 점을 디자인했습니다. 다음은 목록의 일부입니다: 트루디의 All Kill, 에이프릴세컨드의 독보적으로 아름답소, 자이언트핑크의 E.G.O., 펜타곤의 예쁨, 페노메코의 For You, 핫이슈의 Purple, MCND의 Nanana, 키디비의 RRF, 화지의 못된 년, 차붐과 Leebido의 GV80, 이진혁의 5K, 자이언트핑크의 BUB, 커피소년의 사랑하면 알게 되는 것들, 웻 보이즈의 삼다수, 지마스타의 결혼하지마, 인디고에이드와 윤현선의 멍, ILLINIT의 T.K.O, 댄디남의 내가 늘 말했잖니, 보토패스의 Flamingo, 얼돼의 Thieves, 식보이의 SIKBOY, 라임어택의 Nba, 좐앤알트의 Look At Me, GOND의 Dilettante, Young Austin의 SHE’S BAD, 커니의 ID, 강혜림의 나는 배우다, ROSPHOR의 Nightmares, 크루셜스타의 Feel Like I’m Back, 신얼의 Word Up, Nu J의 자기, D.A.N의 Suicide Squad -1, 델모의 Dixit, 레드벨벳의 Dumb Dumb, 기리보이의 엉망진창, 태연의 Circus, f(x)의 피노키오, 일기예보의 인형의 꿈, 드림캐쳐의 Good Night 등.
스테잉 어라이브

수신 | 동인 씨 안녕하세요. 김국한입니다. 잘 지내셨지요? 연초가 곧이고, 소재도 ‘계획’인 참에 동인 씨에게 ‘할 일 목록’(To-do list) 디자인을 맡기려고 해요. 물론 그뿐이면 시시하겠지요. 과업 수행에 한 가지 절차를 강제하려고 합니다. 저는 디자인에 앞서 배치와 구도를 연필로 그립니다. 짧게나마 회화과에 다닌 습관이 배인 듯한데요, 동인 씨도 금번 과제에서 종이에 설계도를 그리고, 이를 바탕 삼아 디지털 작업을 해 보세요. 이후, 펜슬 스케치와 컴퓨터 그래픽 레이어를 (직전에 만드신 ‘양면인쇄’ 결과물처럼) 하나로 포개어 맺으시면 됩니다. 계획에 충실하든 아니든, 어느 쪽이어도 즐겁겠어요.

송신 | 국한 씨 안녕하세요. 민동인입니다. ‘할 일 목록’ 디자인, 반가운 과업입니다. 할 일 목록 자주 쓰거든요. 할 일을 자주 잊어서겠지요. 그러나 무작정 도움되지만은 않습니다. 할 일이 불어날 때면 목록은 ‘가시적인 짐’이 되어 저를 짓눌러요. 선뜻 목록에 눈길 주기 힘들어지는 겁니다. 지금조차 그렇지요. 새해에는 다르고자 할 일 목록을 새로이 디자인했습니다. 이름은 ‘스테잉 어라이브’. 등록된 할 일은 ‘살기’ 하나입니다. 365개의 점으로 이뤄진 이 표를 사용하는 법은 간단합니다. 하루를 날 때마다 점과 점을 차례로 이으면 됩니다. 이런 면에서 닷-투-닷 게임과 같고, 기본으로는 할 일 목록이며, 글자 하나에 한 달, 문장 하나에 일 년이니 신년 달력까지 되는 셈입니다. 새해에 국한 씨도, 저도 ‘살기’를 목표합시다. 참, 강제하신 절차는 살짝 꼬았습니다. 요구된 ‘펜슬 스케치에 컴퓨터 그래픽’이 아닌 ‘컴퓨터 그래픽에 펜슬 스케치’로요. 회화를 수학하지 않은 저로서는 차라리 반대 순서가 자연스럽습니다. 드로잉은 2022년 1월 1일에 시작해 당해 12월 31일까지 이행하겠습니다. 스케치 레이어만 365개가 되겠네요. 맞습니다. 직접 써보겠다는 뜻입니다. 이듬해 마지막 날 ‘바우하우스 93’으로 외칠 “커다란 긍정”을 그리면서요.
궐련지 포 디자이너 킴

수신 | 동인 씨 안녕하세요. 김국한입니다. ‘변신’이라는 단어는 우리에게 동경하던 히어로를 그리게 합니다. 저도 그렇고요. 변신에 능한 자는 외양을 개조하거나 강화해 임무를 치릅니다. 물론 실패하는 법도 있습니다. 백이면 백, 매번 변신을 성취하지는 못해요. 이때, 성패는 변신할 대상을 완벽히 흉내 냈느냐의 여부를 따릅니다. 이쯤에서 과제를 알리자면, 동인 씨, 저를 흉내 내어 보시겠어요? 우리는 초인이 아니어서 ‘외면 변신’이 어렵지만 ‘내면 변신’은 거뜬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아래에 저의 일과를 적겠습니다. 똑 닮은 하루를 살고 나서, 무엇이든 디자인해 주세요. 과연 만드신 결과물에 디자이너 김국한이 느껴질는지 궁금합니다. 사랑하면 닮는다더군요. 동인 씨가 감각의 변신에 성공하면 기쁘겠습니다: 기상, 흡연(말보로 아이스 블라스트 1mg 2대), 자는 동안 온 알람 확인, 물 마시기, 씻기(순서: 양치–머리–얼굴–몸), 보습 크림 바르기, 머리 말리기, 헤어 왁스 바르기, 옷 입기(순서: 티셔츠–양말–하의–상의–외투), 마스크 쓰기, 밖으로 나가기, 흡연(말보로 아이스 블라스트 1mg 1대), 버스 타기(용산02), 카페 도착(용산구 두텁바위로 12, 1층), 커피 주문(핫초코, 에스프레소 1샷 추가), 흡연(말보로 아이스 블라스트 1mg 1대), 커피 마시기, 이메일 확인하기, 외주 작업하기, 흡연(말보로 아이스 블라스트 1mg 1대), 화장실 가기, 외주 작업하기, 흡연(말보로 아이스 블라스트 1mg 1대), 버스 타기(용산02), 흡연(말보로 아이스 블라스트 1mg 1대), 마스크 벗기, 옷 벗기(순서: 외투–상의–하의–티셔츠–양말), 씻기(순서: 머리–얼굴–몸), 보습 크림 바르기, 머리 말리기, 밥 먹기, 흡연(말보로 아이스 블라스트 1mg 1대), 누워있기, 흡연(말보로 아이스 블라스트 1mg 1대), 양치하기, 잠자기.

송신 | 국한 씨 안녕하세요. 민동인입니다. 국한 씨 하루를 흉내 내려고 말보로 아이스 블라스트 1mg를 아홉 대나 태우고 나니 디자인할 때까지 담배 생각이 납니다. 물론 저는 동인으로 돌아가겠지만, 다음과 다음 날에도 ‘국한’일 국한 씨를 위해 하루 몫의 담배를 남겨두고 가요. 직접 말아피기 좋게요. 페이퍼크래프트처럼, 위 도안을 궐련지로 출력해 선을 따라 자르면 표준 크기(32×70밀리미터)의 시가를 얻을 수 있습니다. 선물로 속을 채울 담뱃잎을 드릴 테니 흡연의 때마다 저를 생각해 주세요.
책-사회권의 뒷면

수신 | 동인 씨 안녕하세요. 과업지시서 잘 받았습니다 — @kimgukhan을 참고 — 주제 ‘판매’에 맞게 “양면인쇄” 배부처이기도 한 더북소사이어티의 화폐, 책-사회권(TBS-token) 디자인을 위탁하셨죠. ‘위조 방지’에 신경 쓸 것을 강조하면서요. 화폐를 디자인할 기회란 아주 드문 것이니, 최선을 다해 보겠습니다. 동인 씨는 책-사회권에 대한 이해를 돕고, 오용을 줄이기 위해 본권을 소개하고 조건하는 글을 적어 뒤편에 넣어주세요. 알맞은 데에 알맞게 쓰여야 비로소 ‘종이’가 ‘화폐’다워질 테니까요. 감사합니다.

송신 | 국한 씨 안녕하세요. 민동인입니다. 요구된 대로 화폐를 정의하고 조건하는 글을 작성했습니다. 위폐 구분에 쓰이는 가장 쉽고 흔한 방식은 빛에 지폐를 대고 이리저리 돌리는 것입니다. 태극문양이 변화하는 ‘입체형 부분노출 은선’과 ‘홀로그램’ ‘색변환 잉크’ ‘요판잠상’ ‘부분노출 은선’ 같은 기술 모두 해당 행위로 작동합니다. 이런 동작을 모티프로 간행물을 물리적으로 회전해야 글이 읽히도록 했습니다. (몸짓의 까닭들은 부재한 채로요.) 글상자 구조를 짜기 위해 더북소사이어티를 생각게 하는 보라색 삼각형을 네 조각 만들고, 방사형으로 펼쳐 조립한 뒤, 양 끝을 둥글게 연결해 시선 경로를 그렸습니다.
쓸모 있고 아름다움을 향하는 것들

수신 | 동인 씨 안녕하세요. 김국한입니다. 기준은 “행동이나 가치판단의 근거”입니다. 모든 사람은 자신이 가진 기준으로 소비하고 평가하며 움직입니다. 동인 씨의 기준은 무엇인가요? 과업을 수행하는 참에 이미지로써 알려주시고, 무엇보다도 해당 기준을 과업 내의 기준으로 삼는 숙제까지 풀어주세요.

송신 | 국한 씨 안녕하세요. 민동인입니다. 제 가치 판단의 근거는 ‘쓸모 있고 아름다움’이에요. 그것을 좇다가 디자인 일을 하고 있습니다. 디자이너 김국한도 어쩌면 그럴 지도요. 위 이미지는 과업 수행이라는 합의된 “쓸모” 아래에서 ‘쓸모 있고 아름다움’을 좇는 저희가 만든 쓸모 있고 아름다운 것들을 “아름답게” 안배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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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신 | 동인 씨 안녕하세요. 김국한입니다. 이번 주제인 ‘친절’은 ‘디자인’과 아주 밀접합니다. 디자인 업무에서의 덕목은 제시된 정보를 바르게 전달하는 것이니까요. 때문에 ‘불친절한 디자인’이 가능할지 궁금해, 동인 씨께 부탁해 봅니다. 불친절하게 디자인된 이미지를 만들어 주세요. 단, 저는 그 이미지를 이해하고 납득할 수 있어야 합니다. 클라이언트니까요.

송신 | 국한 씨 안녕하세요. 민동인입니다. ‘모두에게 불친절, 그러나 클라이언트인 국한에게는 친절’하기 위해서 국한 씨만 해독 가능한 글을 쓰기로 했습니다. 이 글은 지난 삼 년간, 둘이 주고받은 연락에서 수집한 단어와 문장으로 이뤄진 것입니다: “동인이 국한에게 처음으로 보낸 이메일의 머릿말” + “2021년 11월 13일 22시 52분 @minandhello가 @kimgukhan에게 보낸 메시지의 첫음절” + “2021년 11월 13일 22시 52분 @kimgukhan이 @minandhello에게 보낸 다이렉트 메시지 중 첫 번째 것의 첫음절” + “2022년 4월 11일 20시 19분 @mindonginfo가 @kimgukhan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는’ ‘내일’ ‘ㅎ’를 소거한 문장” + “국한이 동인에게 작년 마지막 날 보낸 이메일의 다섯 번째 단락” + “동인이 국한에게 처음으로 보낸 이메일의 맺음말.”
6.237 그램힘

수신 | 동인 씨 안녕하세요. 김국한입니다. 이번 주제는 ‘무게’인데요, 프로젝트 ‘양면인쇄’는 100 gf/m² 모조지에 인쇄되고 있습니다. 무게를 구하는 공식인 W(무게) = m(질량) × g(중력가속도)를 대입하시고, 그 결과를 어떤 식으로든 디자인해 주세요.

송신 | 국한 씨 안녕하세요. 민동인입니다. 우리의 모조지가 1 m²일 때 100 gf이니, A4라면 W(무게)는 6.237 gf가 되고요, 지구의 g(중력가속도)는 9.8 m/s²입니다. 따라서 m(질량)은 0.636428571428571 g에 근사합니다. 저는 ‘샤프 컬러 TV 13N M-150’(최슬기, 2003)이 본인만을 서술했듯, 보통 다른 것을 담는 데에만 복무하던 겸양한 종이가 이번에는 자신을 소개하도록 부추겼습니다.  (sulki-min.com/wp/sharp-color-tv-13n-m-150)